여행마을은 2019년 봄 ‘시즌2’라는 이름으로 지금의 장소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특이하게도 텀블벅 펀딩을 통해 서점 이사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했다. 서점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손님들의 마음이 모여 오늘의 여행마을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점 공간 한편을 차지한 이층 침대와 게스트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카운터 공간. 우리가 좋아했던 여행의 모든 것이 누군가의 이야기로 존재하는 곳. 오늘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이곳 여행마을에 들러봐도 좋겠다.
Q. 책방 여행마을을 소개해달라. 관악구 봉천동에서 여행 분야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이다. 장소가 한 번 바뀌었다. 시즌을 나눠 부르는데, 시즌2는 텀블벅 펀딩으로 손님들의 도움을 받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전 공간 계약이 끝나면서 월세 인상 문제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처음 책방을 열 때 생각했던 버킷 리스트 10개를 이뤘기 때문에 미련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하고 싶은 10개가 새로 생기더라. 관악구책방연합 사장들의 응원과 더불어 관악구 주민의 힘을 믿어볼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펀딩을 시작했는데 다행히 많은 관심을 받아 마지막 날 101%를 달성했다. 기쁘면서도 걱정이 됐다. 이제 단순히 나만의 재미와 목적을 위한 공간이 아니고, 책을 좋아하는 모두를 위한 공공성도 지니겠구나 싶어 묵직한 책임감이 생겼다. Q. 당시 펀딩에 대한 보답은 어떻게 했나? 책방에서 하는 다양한 행사와 클래스 수강권, 그리고 매달 ‘월간 여행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블라인드 북을 보냈다. 발간된 지 6개월 미만의 독립출판물을 매달 집으로 발송해주는 서비스다. 선정 이유를 짧은 편지 형식으로 적어 동봉했다. 3개월짜리 단기 프로젝트였는데 다들 연장을 원했다. 지금도 10명 정도는 ‘월간 여행마을’을 받아본다. Q. 서점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공공기관 연구원으로 5년 정도 근무했다. 그러던 차에 광화문 ‘소소시장’에서 독립출판물을 처음 만났다. 잔뜩 사서 읽는데 너무 재밌더라. 기존 출판 시장에서 만나는 정제되고 가공된 글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 맞춤법이 틀리거나 어색한 구어체를 구사하는 글이 내게는 더 크게 와 닿았다. 그리고 며칠 뒤 출근길에 독립서점에 관한 뉴스를 봤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나만의 책방이 생긴다면 해보고 싶은 행사, 전시, 기획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일주일 동안 거의 잠을 못 잤다.(웃음) 그때 29살이었고 망해도 하루라도 젊을 때 망해야 다시 복구가 가능하지 싶어 바로 퇴사를 결심했다. Q.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책방을 열겠다고 마음을 먹고 2달 동안 전국에 있는 독립서점을 전부 다녀왔다. 총 204곳. 엑셀로 정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웃음) 각 책방의 특징, 큐레이션, 운영 시간, 행사 정보, 인테리어, 주요 타깃층을 정리하고 구글맵에 나만의 책방 지도를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여행을 테마로 한 서점이 별로 없더라. 여행마을을 만들 무렵이 1세대 독립서점이 끝나고 2세대 독립서점이 생기던 때였다. 대부분 장르 구분 없이 독립출판물을 취급하고 있었는데, 여기서도 저기서도 살 수 있는 책은 매력이 없다고 느꼈다. 시나 소설은 잘 모르기도 하고.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손님에게 제대로 설명을 할 수 없다면 안 들여오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나? 다른 서점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돈을 한 푼도 못 벌어도 버틸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래서 나온 게 여행이었다. Q. 서점을 운영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서점 특성상 어느 나라 책이 있느냐고 묻는 손님이 많다. “유럽에 가는데 여행지 좀 추천해주세요” 같은 말도 듣는다. 내가 음식을 좋아해서 이탈리아에 가면 티라미슈가 맛있고, 독일에 가면 날이 좋아서 맥주를 마셔도 안 취한다는 둥 먹거리 얘기를 자주 한다. 경험을 나누는 건 언제나 즐겁다. “사장님 덕분에 이탈리아 다녀왔어요” 하면서 마그넷을 주는 손님도 있다. 지금 서가 한쪽 기둥에 진열된 마그넷의 절반은 그렇게 받은 선물들이다. 가족이 된 반려묘 뚱이도 특별한 손님이다. 단골 손님은 태어난 지 일주일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뚱이의 자라는 과정을 같이 지켜봤다. 손님이었다가 예비 남편이 된 분도 있다.(웃음) 그러고 보니 책방이 내 인생을 여러모로 많이 바꿔놨다. 책방 열길 참 잘했다. Q. 관악구책방연합의 결성 계기가 궁금하다. 혼자라서 힘들었던 부분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막연한 마음으로 ‘관악책방연합’을 결성했다. 작년 7월에 텀블벅에서 동네책방 기획전을 열었는데, 관악구의 다섯 책방이 같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사는 묻지도 않고 질렀다.(웃음) 그걸 함께 기획하면서 관악구 책방 지도를 만든 게 우리의 시작이었다. 최근에는 지역문화진흥원 후원을 받아서 관악구 최초로 ‘동네북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혼자 일하면 내가 사장이고 상사고 홍보팀이고 재무팀이니까 실수가 생겨도 어딘가에 풀 곳이 없더라.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는 막막함이었다. 방향을 못 잡으니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다섯 서점이 모여 외부의 시선에서 서로를 평가해줄 수 있어서 좋다. 서로가 서로의 컨설턴트다. 좋은 동료가 생긴 기분이다. 혼자일 때는 점이었는데 지금은 선분이 된 것 같다. 이제는 관악구 소형 출판사와도 연계해서 삼차원을 만들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1주년에 맞춰 《책방 여행마을 이제 곧 망할듯》이라는 책을 냈다.(웃음) 워크숍도 꾸준히 열려고 노력한다. ‘왕초보 여행계획 잘 짜기’ ‘그 나라 영화 보기’ ‘누가 누가 더 많은 여행지를 다녀왔나 썰풀기’ 등 무궁무진하다. 2018년부터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독립출판물 소개 크리에이터로 활동했는데 올 하반기에는 개인사가 많아 잠시 중단했다. 내년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이런저런 콘텐츠를 모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