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무는 감성공학 박사인 최문정 대표가 운영하는 그림책방이다. 이름에 걸맞게 각종 식물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정원을 통과하면 그가 엄선한 그림책으로 가득한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책에는 애착, 감정, 관계, 창의 등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어떤 상황에 필요한 책인지를 직관적으로 알게 한다. 긴 테이블로 구성된 넒은 공간에서는 미술치료와 부모 교육, 단체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서가를 살짝 옆으로 밀면 아늑하게 꾸며진 비밀 공간이 나온다. 오랜 시간 미술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배려심이 느껴지는 개인 상담실이다. 마치 놀이터를 연상시키는 이곳, 향기나무에서는 심리치료가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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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문정 (향기나무 대표)
Q. 향기나무를 소개한다면? 그림책을 파는 책방이자 미술치료가 이뤄지는 오픈 스튜디오다. 책방을 열기 전, 분당에서 18년간 미술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처방하곤 했는데, 예상보다 그 효과가 좋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방이라는 그릇에 미술치료를 담아낸 것이 지금의 향기나무다. 센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곳이 ‘오픈’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언제든 와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치유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감성공학적 관점에서 엄선한 그림책과 전문 미술치료 프로그램, 개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Q. 책방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과학적으로 가장 기억력이 좋은 감각은 후각이다. 쉽게 말하면 후각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심리치료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향기’라는 단어를 택했다. 그리고 향나무는 ‘치유’를 의미한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각자 어떤 향기를 느끼고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향기나무라는 이름을 지었다. 개인적으로 나무를 좋아하기도 해서 실제로 책방 안팎이 식물로 가득하다. Q. 누가 주로 방문하나? 여러 가지 심리적•관계적 문제를 겪는 부모와 아이가 주로 책방을 찾는다. 요즘에는 특히 분리불안이 심한 아이를 둔 부모가 많이 찾아온다. 아무래도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직장 여성이 ‘엄마 껌딱지’인 아이와 함께 상담을 자주 요청한다. 많은 여성이 이 문제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걸 염두하는데,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님을 꼭 말하고 싶다. 또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사춘기 청소년 자녀와 갱년기를 겪는 어머니의 경우도 많다. 서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가 특히 어렵다. 그럴수록 서로를 잘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이뿐만 아니라 동네 노인도 많이 찾아온다. 노인이라고 고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제 나이를 처음 겪기 때문에 사실은 모두에게 이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서점 활동 중 소개할 만한 것은? 우선 서가 바깥쪽은 카페처럼 구성된 열린 공간, 서가 안쪽은 ‘반쯤’ 열린 공간이다. 열린 공간에서는 교육 프로그램, 전시, 단체 상담이 이뤄진다. 아이들 대상으로는 유아 성교육이나 색채심리 프로그램, 학교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어울림 교육 등을 진행한다.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모 교육도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자녀 교육뿐 아니라, 부부 관계 리모델링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쪽의 잘못만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모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버지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어머니와 아이만 프로그램에 참석할 때보다 아버지가 같이 올 때 그 효과가 훨씬 좋다. 서가 안쪽 공간에서는 개인 상담이 진행된다. 보통 상담실은 밀폐된 공간인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반쯤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놨다. 상담을 두려워하는 아이의 경우 밖에서 부모 목소리가 들리면 보다 안심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다년간 상담 센터를 운영하며 얻은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Q. 향기나무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점은? 요즘 공공 보육이 너무 일찍 이뤄지다 보니 아이들이 성 문제로 많은 혼란을 겪는다. 발달상 과정도 있지만 또래 성추행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아이들 모두가 다른 성향과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같은 시스템 아래 생활하다 보니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도 부모도 이 문제와 대처법을 잘 알지 못한다. 성교육은 단순히 생리적 차원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정서적인 개념을 다루는 것이기도 하다. 성교육을 받고 나서 아이들이 성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정서적인 변화를 겪고 그로 인해 주변 아이들의 일상까지 변화하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지금의 변화가 앞으로의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Q. 앞으로 어떤 책방이 되고 싶나? 향기나무를 책방이자 오픈 스튜디오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심리치료나 상담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다. 말 그대로 놀이터에 오듯 편하게 놀러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소소하게 발생하는 작은 문제를 무시하고 넘어간다. 결국 다른 게 아니라 그런 것들이 쌓여 큰 문제가 된다. 가장 좋은 예방은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방에 있는 것이 답답할 때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듯, 감정의 응어리를 해소하고 싶을 때 이곳으로 감정 산책을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공간이 되도록 계속해서 좋은 그림책을 추천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식물들을 가꿔갈 것이다. 좋은 향기가 퍼지는 나무를 기르는 마음으로.